은퇴하겠다고 말씀 드린 게 7월 말이니 벌써 20여일 지나갔네요. 여전히 선수단과 경기 함께 다니면서 후배들도 챙겨주고, 신문·방송 인터뷰도 하고, 최근엔 트위터로 팬들과 직접 소통도 해보고.. 타석에 안서도 나름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아직 은퇴안했어요. 올해 은퇴하겠다고 말을 한거죠 ^^;;) 그러다 보니 이번에 '삼성 이야기'에서도 '야구인' 양준혁에 대한 글을 한 편 실어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렇게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은퇴를 결심하자니, 당장 2,500 안타 기록이 욕심 나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달성하면 이번엔 3,000 안타가 아른거릴 것 같고.. 하지만 크게 인생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당장 아쉽더라도 선수로서 아름다운 마무리는 꼭 삼성에서 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요. 이 팀.. 저한테는 연인, 그리고 부모와 마찬가지 존재거든요.
# 2인자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승보다 주전이 보장되는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로는 정말 가고 싶었던, 그리고 우승할만한 팀에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에 입단했고요.
하지만 유망주 소리를 들으면 들었지, 1인자인 기억은 없네요. 항상 2인자였지만 또 그 역할에 항상 충실하긴 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MVP 받고 곧 그만둔 선수들도 많은데, MVP 못 받아도 2인자로 오래오래 지금까지 선수 생활 하는 게 더 행복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만년 2인자 자리만 지킨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건 돌아서면 피눈물 흘리는 자리입니다. "내 자리가 이 자리구나" 인정하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가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거든요. (이)승엽이가 있을 때를 생각해봐도..일 년에 홈런 50개씩 치는 녀석을 무슨 수로 이깁니까? (ㅎㅎㅎ) 이럴 땐 '2인자' 자리에서 확실히 이 친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승엽이가 홈런에 집중하면 오히려 저는 안타에 집중하는 식으로, 흔한 말로 '밥상을 차려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목표가 있으면 해낼 때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그 목표가 내부의 1인자를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것이었다면.. 제 선수 생활이 오래가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 변화
누가 그러던데요 '양준혁은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간다'고..이 표현은 좀 과장스러워도 제 야구 인생 통틀어 공하나 허투루 흘려 보낸적 없고, 전력 질주 없이 1루로 가본 적은 없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변화'란 게 없으면 오래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02년 팀은 첫 우승을 했지만 전 처음으로 3할 달성에 실패 했습니다. 그 때가 30대 중반이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본전'은 커녕 '쪽박' 차겠단 느낌이었습니다. 그 때 야구에 대한 제 마인드니 타법이니 모든 걸 다 바꿨습니다. 밥 먹
다가도, 자다가도, 볼펜이나 당구대를 잡고 있을 때 조차 야구 생각만 했습니다. '작대기'란 '작대기'는 다 대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시즌에 일명 '만세 타법'을 보여 드릴 수 있었고요.
명품은 왜 시간이 지나도 '명품'소리를 들을까요? 신상품을 끊임없이 내놓으니까 명품 값을 유지할 수 있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주전으로 뛰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후배들이 종종 있습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변하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는데.. 변화하는 게, 그리고 그 고통이 두려운 거죠.
# 소통
저는 '권위의식'만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과 소통해야 하니까요. 가뜩이나 절 어렵게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저라도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팀에 스물 한 살 차이나는 후배도 있는데(아들 뻘이죠..) 제가 먼저 마음을 안 열면 어떻게 다가오겠습니까?
제가 처음 삼성에 들어왔을 땐 가장 나이 차가 컸던 분이.. 이만수 선배였습니다. 열 한 살. 선배한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거..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떠올려서라도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합니다. 야구란 게 결국 조직운동이기 때문에 무조건 날 따라오란 식으로 이야기해서도 안되고.. 상대방의 생각을 찬찬히 들어보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양준혁의 '야구인 인생'을 세가지 키워드로 풀어 봤습니다, 야구선수로서의 인생은 올시즌까지라도 전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생의 예고편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많은 팬들께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제 모습도 기대해 주십시오. 타석엔 서지 않아도 트위터 등을 통해 항상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최근 양준혁 선수는 최근 @slion10 이라는 아이디로 트위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트위터에서도 양 선수의 유쾌한 입담, 생생한 야구 이야기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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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2010/08/18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짧지만, 큰 선수 답게 인생 철학이 탄탄하게 담긴 글 같습니다. 저희 식구들과도 돌려봐야할 것 같아요 ^^
양신님~ 2010/08/18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혼도 하셔야죠!!!! 이제 야구는 쫌만 사랑하고~~~ 반쪽을 찾으세요!!
몽골꿈 2010/08/18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4년도였던가요? 대구 지산동에 있는 편의점에서 뵈었던 기억이 나네요. 새벽 2시였나..? 아무튼
그때가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귀가중이었죠. 덩치가 너무 커서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양신님의 만세타법이 그리워지면 어떡하나요?
푸른가람 2010/08/18 22: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제 정말 양신을 놓아 드려야 하는 건가요?
마음이 아프면서도..양신은 확실히 생각이 다른 분이란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도희맘 2010/08/20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 양선수 집근처 동네 놀이터 앞에서 혼자 있는 양선수를 알아보고 돌지난 딸아이 등에 업고는 챙피한 줄도 모르고 인사를 하며 우리 가족들은 물론 삼성라이온즈 어린이회원으로 등록한 초등학생 아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하고 집에 있는 아들을 데리고 가서 인사도 시키고 야구공과 글러브에 사인도 받았습니다. 아들에게 '엄마말씀 잘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라'고 머리 쓰다듬어 주던 덩치에 안 어울리게 자상하던 양준혁선수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시 업고 있던 돌 지난 딸아인 지금 대구에서 여자축구부에 있습니다. 딸아이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밀어붙이는 양선수의 끈기와 노력을 닮았으면 합니다. 경기장에선 볼 수 없게되더라도 늘 기억하겠습니다..
정면승부 2010/08/23 1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단 한번도 1루 베이스까지 전력질주 안한 적이 없어요~!"
"만세타법으로 '변신' 안했으면 오늘의 영광이 없었을 것이고, 스물한살 어린 후배에게도 제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소통' 하려 애써요~!"
"생애 단 한해도 '홈런왕' 상을 받아본 적 없지만, 통산홈런은 제가 1등을 하고야 말았네요~" 제가 좋아하는 양신의 생각/철학들입니다...
야구인 양준혁의 새로운 인생, 제2의 출발에 힘찬 격려박수 보냅니다~!!!
홧팅~!!!